페미뷰 2023-06호 (2023년 6월 26일) |
|
|
매일 쏟아지는 정치뉴스,
당신에게는 페미니스트 시각이 필요하다.
정치뉴스 큐레이팅 소식지 페미-뷰 |
|
|
파주시 용주골이 소란스럽습니다. '여성과 시민이 행복한 길'을 걷는 시민들과 파주시 공무원들, 한축으로는 용주골 탄압 반대 집회와 시위, 농성과 기자회견을 하는 이들로 가득합니다. 대체 무슨 일이고, 무엇이 문제일까요? 오늘 페미뷰, 시작합니다! |
|
|
파주시 '성매매 집결지 정비계획' 발표
김경일 파주시장은 ‘성매매 집결지 정비계획’을 새해 1호 공식문서로 결재하고, 연내 집결지 폐를 목표로 전담 TF를 꾸렸습니다. 3월 26일 파주읍 연풍극장에서 파주경찰서, 파주 소방서, 여성 인권단체, 주민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성매매 종사자들의 반발은 거셉니다. 용주골 성매매 종사자들은 5월 16일 집회를 열고 “강제 폐쇄”에 반대하며, “다른 생계수단을 찾을 수 있도록 3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습니다. |
|
|
파주시의 자본축적의 역사와 함께 한 용주골
파주시 ‘용주골’이라 불리는 연풍리의 성매매 집결지에는 50여개 업소가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용주골의 성매매 종사자는 200여 명으로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용주골은 한국 전쟁 직후 파주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형성된 기지촌이었습니다. 당시 윤락행위방지법에 의해 성매매는 불법이었으나 한국 정부는 용주골에 ‘파주군 성병진료소’를 설치하고 성병 검진 및 보건교육을 실시하는 등 ‘묵인-관리[1]’ 체제 하에 성매매 집결지를 운영해왔습니다.
용주골의 역사는 파주시의 자본 축적의 역사와 함께 했습니다. 파주 지역의 군대 주둔과 기지촌 형성으로 파주의 도로가 신설되고 확장되었으며 이는 파주의 새로운 지역적 변화를 야기했습니다. 1955년 기준 약 76%였던 농업 인구율은 1977년 약 43%로 떨어질 만큼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된 것이지요.
지역경제가 기지촌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인적·물적 자본에 의존하고 있었던 만큼, 용주골은 미군 철수 이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1995년 당시 파주시의 자료를 보면, 용주골은 미군 철수 이후에도 아직 새로운 생계 수단을 찾지 못한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이후 용주골은 지속적으로 변화했으나 여전히 한 축에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 집결지가 남아있게 되었지요. |
|
|
파주시 성매매 집결지 폐쇄 과정의 문제
최근 경기 지역 3대 성매매 집결지인 수원과 평택이 폐쇄되면서 파주는 경기도에 남은 가장 큰 규모의 성매매 집결지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낙후된 지역인 파주 1-3구역(용주골 포함)은 2015년 8월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성매매 집결지는 개발업자 및 건설업자들에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오염과 낙인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지만, 교통의 요지에 있어 개발의 가치는 높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방 정부의 입장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살고 있던 기억과 역사를 잊은 채 땅을 개발의 가치로만 판단하는 ‘도시재개발의 관점’으로 보나 성매매 집결지를 ‘지워야할 오점’이자 주위 시설을 낙후시키는 기피시설로 보나 지방 정부의 입장에서 성매매 집결지는 폐쇄되어야 할 명분이 충분한 것이겠지요. 그러나 이런 관점은 참사를 야기시켰고, 도시 속 빈민을 비롯한 소수자들의 권리를 박탈하고 더 열악한 환경으로 밀어넣었습니다. |
|
|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공약한 파주시 김경일 시장은 민관협력,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지역간담회 등을 수차례 진행하면서도, 성매매 종사자들은 한 번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3월 4일 용주골을 방문한 김 시장은 “범죄자와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용주골 종사자들은 파주시에 거주하고 있으나 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폐쇄와 이주가 논의되는 테이블에마저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사자를 배제한 집결지 폐쇄 과정도 문제지만, 파주시가 진행하는 집결지 폐쇄가 과연 종사자들의 ‘탈성매매’를 가능하게 할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파주시는 ‘성매매피해자 등의 재활지원 조례’에 따라 여성 1인당 최대 4420만원을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해당 금액에는 주거, 생계, 직업훈련비가 포함되어 있어 한 달 생활비는 100만 원 정도의 금액입니다. 파주 용주골 여종사자모임 자작나무회에 따르면 용주골에는 홀로 가족을 부양하는 성매매 종사자들이 많고, 이들에게 월 100만원의 생활비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입니다.
또한 지원 기간 단 한 번이라도 성매매를 한 정황이 포착되면 받았던 지원금을 반납하기로 약속하는 ‘탈성매매 획약서’도 문제적입니다. “(국가가) 앞으로의 삶을 다 책임져줄 것이 아니”면서, “지금 처한 조건 속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함부로 강제[2]”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또한 이는 탈성매매에 대한 책임을 종사자 개개인에게 지우는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
|
성매매 집결지, 가부장제와 발전주의 정책의 산물... 국가 책임성 필요
국가는 필요에 따라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조장하여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사용하다가, 지역의 개발이익에 따라 이들을 낙인찍고 몰아냅니다. ‘국가의 결심에 따라 남겨둘 수도 없앨 수도 있는 상태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과 권리는 너무나 취약합니다.
파주시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의 이유로 ‘양성평등’과 ‘여성친화 도시 조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 착취의 온상인 성매매 집결지와 그와 대척점에 있는 ‘여성친화 도시 파주’의 대립구도를 강조할수록 후자의 가부장성과 여성차별의 현실은 은폐될 뿐입니다. 국가와 지방정부는 성매매 집결지가 가부장제와 발전주의 국가 정책의 산물이었음을 인지하고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파주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정부와 지역 여성단체가 협력해 집결지 폐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폐쇄 과정에 당사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지방정부가 개발이익을 위해 여성인권과 성평등을 핑계수단으로 삼고 있지는 않은지, 차별적 젠더 관계를 드러낼 수 있는 젠더 거버넌스 구축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을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
|
|
[1] 박정미, 2011a, 한국 성매매정책에 관한 연구: '묵인-관리 체제'의 변동과 성판매 여성의 역사적 구성1945~2005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 5.16, <파주시 대추벌(속칭 용주골) 재개발, 여성 종사자 위협하는 탄압을 멈춰라!>집회,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나영 발언문 |
|
|
⭐확실한 페미니스트 관점으로 최근의 정치·사회 뉴스를 소개합니다⭐ |
|
|
동성애 영화 1편, 탈동성애 영화 1편을 같이 상영해라?
인천시의 이상한 주장😤 관련기사
인천여성회에서 올해로 19년째 인천여성영화제 개최를 앞두고 있는 와중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인천시에서 상영작을 문제 삼았습니다. 인천시 여성정책과와 영화제 추진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인천시에서 상영작 리스트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퀴어영화를 상영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는데요. 이에 인천영성회는 상영작 선정은 영화제 주최 단위인 인천여성회의 고유의 권한이며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인천시여성정책과장은 "퀴어영화는 인천 시민 모두가 동의하지 않고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아이들이 동성애를 트렌드처럼 받아들이고 잘못된 성 인식이 생길 수 있다"라며 퀴어영화 배제를 재차 요구했습니다. 상영작 수정 없이는 예산집행을 승인하지 않겠다면서요. 이후 문화복지정무부시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절충안 제시라며 "동성애 영화 1편, 탈동성애 영화 1편을 같이 상영하면 나중에라도 반대 세력에게 할 말이 있지 않겠나"라며 민원을 최소화하길 바란다고 요구했습니다. 인천여성회는 이러한 '사전검열'이 명백한 차별행위이자 갑질행정이며, 혐오발언을 자행한 공무원에 대한 징계와 재발방치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해당 기사와 함께 7월 14일(목)부터 16(일)까지 진행하는 19회 인천여성영화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
|
“혐오 동참한 서울시교육청의 잘못된 답변, 사과하라” 관련기사
최근 서울특별시교육청 학부모지원센터는 한국다양성연구소에 양육자 성교육 강의를 의뢰하였는데요. 혐오민원으로 인해 강의를 취소하게 됩니다. 해당 민원은 "섹슈얼리티, 재생산권, 성소수자 용어가 삭제된 채 개악된 2022 개정교육과정에 반대하는 강사라서 안된다", "동성애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동성애 옹호 강사를 섭외하면 안된다"라고 주장했어요. 문제는 이러한 혐오민원에 서울시교육청이 "귀하께서 건의하신 일부 강사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였기에"라고 답하면서 강의를 취소해버렸습니다. 이에 한국다양성연구소는 혐오민원에 대해 부적절하게 대응한 서울시교육청에 사과를 요구하며 취소강의를 재개하고 혐오민원 대응 매뉴얼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더 보기
|
|
|
지자체에서 혐오 민원에 순응하여 성평등교육, 성교육, 민주시민교육 등이 잇따라 취소하고 있고, 인천여성영화제처럼 퀴어영화를 배제할 것을 요구하는 행태들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자체를 비롯한 각종 기관들이 혐오 민원에 흔들려 본래 해야할 일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재발방지 대책을 꼭! 마련하길 바랍니다. (지.켜.보.고.있.다.) |
|
|
소중한 의견 참고해서 더 좋은 소식지로 찾아뵐게요!
다음 호는 7월 10일에 찾아옵니다! |
|
|
페미뷰는 페미니스트 정치를 응원하는 분들의 소중한 후원금으로 제작됩니다. |
아직 페미뷰 구독을 안하셨다면?
지금 당장 구독하세요! |
|
|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wopo@womanpower.or.kr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55길 6 여성미래센터 403호 02-824-7810
수신거부 Unsubscribe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