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사상 첫 '대법관 임명 제청 거부권'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어요. 특정 성향 인사들이 제청될 경우 거부권 행사를 검토한다는 것인데요. 결국 지난 9일 발표된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 명단에는 대통령실이 ‘원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후보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권력분립과 민주주의 훼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입법부(국회)가 통과시킨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고, 사법부의 대법관 임명 제청까지 “거부!”를 외치려한 행정부 수반 대통령인데요. 대체 무슨 일이고, 무엇이 문제일까요? 오늘 페미뷰, 시작합니다!

😉 잠깐, 설명할게요.

✅ 삼권분립 : 국가 권력을 입법부(국회)·행정부(정부)·사법부(법원)로 나누어 조직화하는 정치 제도. 국가의 권력이 어느 한 쪽으로만 쏠리지 않도록 서로 견제하며 권력의 균형을 이루도록 함.

✅ 대법원 : 법의 구체적 해석과 적용 등을 담당하는 사법부의 최고기관. 상고사건, 재항고사건 등을 재판. *3심제에 따라 지방법원에서 난 판결(1심)에 이의가 있을 경우 고등법원(2심)에 재판을 청구할 수 있고(항소항고), 고등법원의 판결(2심)에도 불복할 경우 대법원(3심)에 재판을 청구할 수 있음(상고·재항고)

• 대법원장 1명을 포함 총 1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
•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
• 대법관 임명 절차 : 대법관 후보 공개 천거 후 본인이 동의한 인물 중 ➡️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심사하고 대법원장에게 추천 ➡️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후보를 제시하여 결정하여 달라고 청구함) ➡️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

🤔 무엇이 문제였나요?

✅ 권력분립 원칙 훼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대법원장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5년)와 어긋나는 6년으로 두고 있고,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권을 줌으로써 사법부가 행정부에 직접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 충돌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사전 협의가 있어왔습니다. 협의가 잘 풀리지 않아 갈등이 있어도,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가 임명제청 명단에 없어도,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임명제청을 수용하지 않은 적은 없습니다. 관련기사 이는 사법부의 독립성과 권한을 존중해야만 하고, 이를 침해하는 것이 권력분립원칙에 위배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임명제청 💥전 단계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임명거부를 미리 검토💥했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라 대법관의 임명의 주체는 대통령이나 제청권은 대법원장 몫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제청에까지 개입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대통령 임명권과 대법원장 제청권이 충돌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임명권 전반에 대한 법률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련기사

거부의 이유도 자질이나 도덕성 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인 국제인권법 연구회) 출신 등 ‘특정 이념 성향’이라는 것인데요. 대통령의 뜻과 맞지 않는 인물을 사전에 배제시킨 것은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대법관 제청권을 견제·감시하고 다양한 시민들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 제도 취지를 무력화시킨 점, 사법부의 독립성에 흠결을 남겼다는 점,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문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후퇴 우려

결국 대통령실이 거론한 특정 후보 2명은 임명제청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문제는, 제외된 후보 2명 모두가 여성이었다는 점입니다. 다음달 퇴임하는 2명의 대법관 중 1명이 여성이라는 점(박정화 대법관), 현재 대법관 13명 중 여성이 4명(30%)이기 때문에 후임 대법관 2명 중 1명은 여성이어야 대법관 여성 비율이 유지가 되는데요. 임명제청 후보 2명 모두 남성이기 때문에 – 이들을 대통령이 임명을 한다면 – 대법관 13명 중 여성은 3명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법무부가 2015년에 발표한 ‘역대 대법관 구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48년 정부 수립 때부터 2015년까지 재임한 전체 대법관 142명 중 판사출신이 124명으로 87.3%, 서울대출신이 102명으로 71.8%, 남성이 138명으로 97.1%로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중심입니다. 2023년 6월 현재, 여성 대법관은 전체 대법관(역대+현직) 154명 중 8명에 불과합니다.

집단 내 여성 비율 확대, 성별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 차례 페미뷰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인적 구성의 다양성 확보는 정치적으로 대변되지 못하고 있는 소수자와 약자의 이익을 대법원 재판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 법해석 과정에서 다수 남성의 시각과 기존의 가부장적 고정관념을 깨뜨려 보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대법원 판례는 하급심 판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일례로, 레깅스를 입은 피해자의 뒷모습을 촬영한 것이 ‘수치심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라는 하급심에서의 판결을 뒤엎고 대법원에서는 자신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 되지 않을 ‘자유’를 처음으로 인정하고, ‘성적 수치심’은 창피한 감정 뿐 아니라 분노, 공포, 무기력, 모욕감 등 다양한 피해감정을 포함한다며 그 의미를 넓게 본 판결이 있습니다. 관련기사

아주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판결들이, 대법관 구성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후퇴된다면, 민주주의와 인권도 보장받기 어려워질 수도 있어요. 대법관의 다양성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위해서라도 중요한 것이죠.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중 대법관 14명 중 13명이 교체됩니다.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한 헌법재판관 9명 전원도 바뀌게 되는데요.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오는 9월 만료됨에 따라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갖고 있는 대법원장도 바뀌면서 사법부의 '보수' 색채가 짙어지고, 검찰 출신 대법관이 다시 나올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헌법적 장치로 중요합니다. 권력분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그 피해는 국민, 특히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가 고스란히 입게 되는데요. 우리는 이미 그 사례를 지난 ‘사법농단’ 사태에서 보아왔습니다.

💬 ‘사법농단’ 사건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2011년 9월~2017년 9월) 사법부 행정 업무를 맡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하고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사건.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법조계를 사찰하고 외압을 가하고 "비공식적 대화 채널"을 통해 청와대와 재판거래까지 했다는 의혹 등을 말함.

다시 말하면, 사법부와 행정부가 서로 견제하는 것이 아닌 결탁하여 삼권분립을 무너뜨린 것인데요. 여러 사례가 있지만 KTX 승무원 비정규직 재판 거래 건을 이야기 해볼까요?

KTX 승무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하자 철도공사는 외주 위탁업체 이직을 거부한 승무원 280명 전원을 정리해고했습니다. 철도공사가 위장도급의 형식으로 근로자를 사용하기 위해 자회사인 철도유통이라는 법인격 이용, 철도공사가 실질적 사용자로서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1심과 2심에서 인정했지만, 대법원 판결에서 파기 환송했어요.

KTX 승무원에 관한 판결은 양승태 대법원장 재직 당시 대통령이 추진 중인 공공부문 민영화와 노동부문 개혁(노동시장 유연화)을 강력하게 지원하기 위하여 청와대의 입맛에 맞추어 내린 판결이자, 상고법원 추진을 위한 거래의 대상이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같이 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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