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뷰 2023-12호 (2023년 9월 19일) |
|
|
매일 쏟아지는 정치뉴스,
당신에게는 페미니스트 시각이 필요하다.
정치뉴스 큐레이팅 소식지 페미-뷰 |
|
|
지난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잇따라 학교 교사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우리 사회의 큰 슬픔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의 원인으로 다음과 같이 추정됩니다. |
|
|
✅ 2년 전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2명이 잇따라 사망
- 당시 학교 측은 단순 추락사고로 보고했으나 학생 지도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숨진 것으로 알려져 관련 교원단체와 유족들은 진상 규명 요구 중
✅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 부적응 학생 등에 대한 생활, 학습 지도 등에 어려움이 많지 않았나 추정
- 학부모 민원에 대한 스트레스
- 학교 업무 등이 몰리는 상황
✅ 8월 서울 초등교사 사망
- 초등교사노조와 전교조 서울지부에 따르면 부적응 학생 등에 대한 생활, 학습 지도 등에 어려움이 많지 않았나 추정
- 학부모 민원에 대한 스트레스
✅ 8월 전북 초등교사 사망
- 유서에 따르면 학내 관리자에 의한 갑질을 비롯한 업무 스트레스
- 학교 업무 등이 몰리는 상황 (4학년과 6학년 합반 담임을 맡으며 방과 후 교실, 돌봄, 정보, 생활, 현장체험학습, 에듀테크 등의 업무까지 전담)
✅ 9월 경기 고등교사 사망
- 최근 학부모 민원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는 유족의 증언
✅ 9월 5일 대전 초등교사 사망
- 2019년 당시 1학년 학부모들에게 악성민원
- 아동학대 사건 연루된 뒤 무혐의 처분 받았지만 4년동안 민원 이어져 |
|
|
이에 교사들은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포함하여 총 8회에 걸친 집회를 통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과 생존권의 보장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수업 방해 대응책이나 실효적인 민원 처리 시스템을 마련하고 다소 모호한 규정이 존재하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지요. |
|
|
‘교사들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으니 학생 인권을 침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정부 |
|
|
그러나 교사들의 요구에 반응하는 정부의 태도는 어딘가 이상합니다. 교육부는 교권보호4법을 의결하고 학부모 악성 민원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교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파면, 해임 등 중징계와 고발 등을 언급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다 비판이 거세지자 이를 철회했습니다. |
|
|
한편, 교육부장관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교사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현 상황을 ‘교권’의 추락으로 보고 있고, ‘교권’이 추락한 이유는 학생 인권의 보장이 “과도하게” 이루어진 탓이며, 따라서 교권 회복을 위해서는 학생인권조례의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차별금지 조항으로 정당한 칭찬을 다른 학생들에 대한 차별로 인식... 학생이 사생활 자유를 지나치게 주장하니 교사의 적극적인 생활지도가 어려워지고 교사 폭행이 발생하고 있다."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7/21,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간담회)
|
|
|
그러나 SBS 사실은팀과 정의당 정책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학생인권조례의 제정과 교권침해 사례 사이의 일관된 경향을 찾기 어려웠고, ‘인과관계’는 물론 ‘상관관계’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연구 결과들만 확인되었지요. SBS 사실은팀이 인용한 논문 ‘학생의 인권 보장 정도와 교권 존중과의 관련성’(구정화, 2014)에 따르면, 인권 교육을 많이 받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교사의 권위 존중에 높은 점수를 보였습니다. |
|
|
이처럼 ‘교권’과 ‘학생인권’을 대립항으로 놓는 시각은 학내 갈등이나 교사들의 노동권 문제의 해결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실효적인 관점이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교사들이 수차례 지적했던 교육 재정과 교원 인력 확충, 학급당 학생수 감축 등 교육 제도 개혁을 게을리 해왔던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언급한다는 점에서도 문제적입니다. 지난 4월 교육부는 ‘중장기(2024 ~2027년) 초·중등 교과 교원수급계획’을 통해 교원 대폭 감축을 발표해 교육의 질을 고민하지 않는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교육 개혁은 지지부진하고 있지요. |
|
|
‘학생 인권 지우기’와 ‘여성·성평등 지우기’가 만날 때 |
|
|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필두로 우리 사회와 정부가 외면해왔던 학내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던 것을 기억할 때, 인권을 제로섬 게임으로 이해하는 정부의 편협한 시각이 학교라는 공간에서의 폭력과 차별을 묵인하는 효과를 지니지는 않을지 우려스럽습니다. |
|
|
몇 년 전 교사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고발한 🔥스쿨 미투 운동🔥의 경우, 그동안 숨죽여왔던 여학생들의 목소리를 가시화하는 계기이자 교사와 학교, 교육 과정 전반을 통해 재생산되던 성차별을 비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
|
그러나 스쿨 미투 당시에도 보수 기독교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고발로 인해 교권이 추락한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서이초 교사가 사망한 직후인 7월,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현장 교사들이 어떻게 범죄자로 내몰리는지, 특히 성 비위와 학폭이라는 대표적인 두 사안이 어떤 방식으로 교사를 억압하고 있는지" 따져보겠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진행한 바있습니다. 교사의 교육할 권리와 생존권이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권리, 나아가 사회 시스템에 의해 묵살된 목소리를 가시화하고, 이로써 평등한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시민의 권리가 대치되는 것이 아님에도요. |
|
|
또한 이러한 시각이 윤석열 정부의 여성·성평등 지우기 기조와 맞물려 여성 청소년의 설 자리를 위태롭게 만드는 효과를 낳지는 않을지 우려스럽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여성·성평등 지우기 기조는 지난 페미뷰에서 많이 다뤘지요. |
|
|
지난 7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성평등 교육의 일환인 ‘성인권 교육’ 사업의 예산을 전액삭감했습니다. 성인권 교육은 타인의 성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도록 가르치기 위해 2013년 시행된 교육이지요. 성인권 교육과 같은 포괄적 성교육은 자신의 건강과 복지뿐만 아니라 존엄성에 대한 인식 능력, 존중에 기반한 사회적 관계 형성 능력 등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흐름에 맞춰 성평등 교육 마저 위축되고 있는 현실에서 학생인권조례 마저 폐지된다면, 교실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차별에 대한 구성원들의 합의는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결국 소수자들의 입을 틀어막는 결과를 낳을 수 있겠지요. |
|
|
교권에 대한 이해가 다양함에도 정부는 교권을 교사가 학생에게 권력과 위계를 행사하여 강제할 권리로 이해하고, 교사 개개인에게 학생을 처벌할 권리를 주는 것에 대책의 초점을 맞추는 듯 합니다. 그러나 교사의 권리는 구성원들에게 평등과 다양성의 가치를 교육하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적 사회를 구현할 권리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또한 악성민원과 업무과다로 교사의 침해받는 교사의 노동권을 지킬 실질적 방안을 강구하는 것과 함께 고려해야할 것은, 교육 제도 전반의 개혁과 교육공동체의 회복입니다. 교육 공동체의 주체에는 학생-학부모-교사-학교-정부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사 개개인이 각개전투할 수 있는 방식을 고안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된 주체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과 체계를 고민할 때입니다. 무엇이 민주시민 함양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고, 교육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조건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
|
|
성인지 감수성 없는 대법원장 후보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오늘(9월 19일) 진행되었습니다.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이균용 후보자의 재산신고 누락, 부동산 투기 의혹과 더불어 성범죄에 갖고 있는 부적절한 인식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 전 연인에 의한 스토킹 및 살해 피해 여성의 유족이 제기한 국가배상금청구소송에 원고 패소 판결 😡 12세 아동 성폭행 가해자에 대해 '교화 가능성 있는 20대 젊은 나이'라는 이유로 감형 😡 여섯 차례 성폭행하여 기소된 가해자에 '교화 가능성 있는 20대의 젊은 청년'이라는 이유로 감형 😡 직장동료를 스토킹하고 살해하여 1심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가해자에 25년형으로 감형
그 외에도 시사인이 이균용 후보자의 최근 3년 성범죄 판결을 분석한 결과 성범죄자 3명 중 1명은 감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후보자 지명 당시 대통령실이 밝힌 지명 사유 "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신장하는 데 앞장서온 신망 있는 법관"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이죠. ( 관련기사)
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과거 재판 과정에서 성차별을 외면하고, 여성폭력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등 여성인권을 퇴행시키는 판결을 해온 이 후보자가 대법원의 수장이 된다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균용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과 성인지 감수성의 필요성은 페미뷰 5호에서 다루었는데요. 이 기회에 한번 더 읽고 가세요! 👉 페미뷰 5호 더 읽기
"인적 구성의 다양성 확보는 정치적으로 대변되지 못하고 있는 소수자와 약자의 이익을 대법원 재판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 법해석 과정에서 다수 남성의 시각과 기존의 가부장적 고정관념을 깨뜨려 보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대법원 판례는 하급심 판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
|
|
양성평등주간 맞나요?
양성평등기본법 38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양성평등주간(9.1~9.7.)을 맞이하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9월 한달 동안 기념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그런데 행사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의식 없는 남성 정치인들의 언사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 김영식 고양시의회 의장 “초등학교 선생님 중 남성 선생이 너무 없어서 학생들이 여성화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아빠들이 힘들어한다. 여성들은 남편이 퇴근하면 ‘여보 당신 정말 수고했다’고 반갑게 인사하며 모범을 보여달라”
😡 이동환 고양시장 "예전에는 성평등이라고만 얘기해도 양성평등이라고 이해가 됐는데 어느 순간부터 양성평등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의미가 왜곡되었습니다. 우리 고양시는 성평등 그런 거 아니고 양성평등 맞죠?”
😡 김이근 경남 창원시의회 의장 "여성 상위 시대라고 생각한다", "아들 내외가 친정집 근처에 사는데 시부모인 나는 불편하다" "우리 집사람은 시어머니 모시고 밥을 다 해드렸는데 며느리한테 대접해야 되니 참 불행한 시대다"
이 외에도 지난 9월 11일 강원도의회에서 열린 한국여성수련원장 인사청문회 자리에서의 발언도 문제였습니다.
😡 박호균 도의원 “수련원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을 팔로우하고 있다. 여성단체연합은 성별 갈등을 조장하고 군 가산점제를 반대하고, 민우회도 메갈, 워마드 등 남혐을 조장하는 단체다. 수련원 공식 계정이 이런 성향의 단체들과 따름벗 해서는 안된다. 극단적 성향의 여성단체와 거리를 둬야 한다”
지자체 정치인들의 문제적 발언에 대응한 여성단체들의 성명서와 입장도 함께 읽어주세요!
|
|
|
10월 3일 개천절 연휴에 페미뷰도 잠깐 쉬어갈게요!
소중한 의견 남겨주세요 🤗 |
|
|
페미뷰는 페미니스트 정치를 응원하는 분들의 소중한 후원금으로 제작됩니다. |
아직 페미뷰 구독을 안하셨다면?
지금 당장 구독하세요! |
|
|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wopo@womanpower.or.kr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55길 6 여성미래센터 403호 02-824-7810
수신거부 Unsubscribe |
|
|
|
|